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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etbee(2006-02-01 01:12:41, Hit : 1778, Vote : 461
 오징어 튀김 요리

세상에는 다양한 외로움이 있다.

온세상의 커피 브랜드를 다 합친 것보다도 더 다양한 외로움이 있다.



한 회사의 최고경영자로서의 외로움이 있는가 하면,

합판절삭공장 노동자가 느끼는 외로움도 있다.



연인과 함께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고,

절친한 친구들과 함께 하는 술자리에서도 외로움은 찾아올 수 있으며,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 안, 검정색 차창에서 외로움에 절어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자신의 외로움을 주변사람에게 솔직히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어느날 저녁 "그냥 어디있나해서 걸었다" 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으셨던 나의 아버지처럼...



자신의 외로움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사로운 문자메세지를 보내기도 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옷차림을 하거나, 아니면 그 반대의 분위기의 옷차림을 하기도 하며,

혼자 음악을 듣거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혹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다가 신호음만 듣고 끊어버리거나....







설연휴 동안 내려가지 못한지도 3년이 되어간다.

3년전에는 선거캠프 일로, 작년에는 바쁜 일을 핑계로,

올해는 또 이런저런 핑계로 내려가지 않았다.



그저께는 동생과 같이 장을 보러갔다.

영화 의상일을 하는 동생이 가족과 함께 식사하기도 여간 쉬운 일이 아닌데,

이번 설에도 촬영이 겹쳐서, 내려가지 못했다.



설날에도 일하나 싶었는데 다행히 일정이 취소되어서 덕분에 오랜만에 같이 장을 보러 갔다.

저녁에 같이 오징어 튀김 요리를 해 먹기로 하고, 집에 와서 같이 청소를 했다.



청소를 다 마치고, 잡지를 뒤적이고 있는데

친구녀석의 전화가 왔다.



"바쁘냐? 설연휴라 장사도 안되고, 가게 문닫았다. 같이 볼링이나 한게임 하자~"



"그래..머 바쁘진 않은데..."



"얼른 와~"



망설이다 나갈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동생은 텔레비젼을 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하는 볼링게임이라 그런지, 오른쪽 손목이 욱신욱신 쑤셨다.

세 게임을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흘렀고, 친구들과 커피 한 잔 하고,



집에 들어오니,

튀김 요리 냄새가 집안에 베어 있었다.



그때서야 동생과 같이 튀김요리를 하기로 하고 장을 본 것이 떠올랐다.



아차! 후회를 했지만...

동생은 자고 있었고, 부얶에는

혼자서 요리를 한 흔적이 있었다.



그 때 처음 알았다.

오징어 튀김 냄새가 사람을 그토록 미안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지만, 오랫동안 튀김요리 후의 그 특유의 냄새는 잘 빠지지 않았고,

홀로 요리를 해서 먹는 동생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었다.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쇄골에서 욱신거리는 통증을 느낄 수 있었다.



독한 술을 넘길 때나 느낄 수 있었던 쓰고 무거운 기운이 가슴속부터 올라왔다.



그깟 오징어튀김이 머길래, 사람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건지...



그 날 저녁, 동생이 보냈던 외로움의 신호... 오징어 튀김 냄새는 계속 내맘을 무겁게 만들었다.

외로움의 신호를 나는 그렇게 무시하며 하루하루를 살았었나보다.



무심한 오빠가 되어버린 나는 잠자리에 누워 천정을 보며,



태어날 때부터 손에 움켜쥐고 나온 듯 한,

피할 수 없는 외로움에 대해

천천히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다양한 외로움에 대해 생각했다.

그저 여자친구를 사귀고, 남자친구와 데이트하는 것이나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이 최적의 처방인 듯 대부분 말하지만,



다양한 이유가 있는 외로움이니만큼, 그런 처방은

단순히 배가 아프다는 이유 하나로 소화제를 처방하는 것과 같다.



그 무엇보다도 먼저 외로움의 이유를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올 때 쯤, 눈이 스르르 감기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동생은 일찍 영화촬영장에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연휴 후유증에 빠지지 않으려면 연휴 마지막날에는 운동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보내는 것이 좋다.



검도장에서 혼자 연습하고, 저녁 8시쯤, 전날은 문을 열지 않았던 이마트에 갔다.



운동을 하고 나면 딱히 음식이 땡기지 않는데, 그래서인지 별로 사고 싶은 것이 없었다.

강아지 사료가 마침 떨어져서 사료코너로 갔다.

울집 강아지는 사료를 종종 가린다. 그래서 사람먹는 음식보다 더 신중히 사료를 골라야 한다.



계산을 하고, 밖에 나오니 눈과 비가 섞여서 내리고 있었다.

집에 왔지만 동생은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우산이나 가지고 갔을라나... 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어디야?"



"집에 가는 길, 강서구청 지나는데 왜?"



"비오더라, 내가 델러 갈께 육교앞 에서 내려"



어제의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다면 이렇게 마중을 몇 번이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육교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동생을 차에 태웠다.



"마트가서 장봤는데 딱히 살게 없어서, 슈슈 사료만 샀어."



"머야? 진짜 그거 달랑 하나 산거야? 오렌지쥬스도 사지...감기기운이 슬슬 도는데...

어제부터 오렌지쥬스가 땡겼단말야. "



"감기랑 오렌지쥬스랑 무슨 상관인데?"



"오렌지쥬스가 이렇게 땡길 때는 꼭 감기가 걸리더라구~"



"그게 말이되? 오렌지쥬스랑 감기랑? 아..알았어...편의점이라도 들려서 사가지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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